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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총정리 사회적 편견부터 발작 유형, 일상관리까지

by LifeSaverLog 2026. 5. 6.

머리를 짚고있는 남자 사진

 

솔직히 저는 뇌전증을 "경련을 일으키는 병"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또래 친구가 머리 수술 이후 뇌전증 진단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얕게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약 먹으면 끝나는 병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질환이었습니다.

 

뇌전증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의 실체

일반적으로 뇌전증은 희귀하고 특이한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인구 100명 중 1~2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신경계 질환입니다. 국내에도 약 4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대한뇌전증학회).

제가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뇌전증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친구는 겉으로 보면 완전히 건강한 사람이었고, 직장 생활도 무난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항상 긴장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뇌전증은 오랫동안 '간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이 명칭 자체가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강하게 심어주었고, 지금도 그 잔상이 남아 있습니다. 2007년 캐나다에서는 뇌전증 환자 캐시디 미건의 어머니가 학교에 뇌전증 설명회 개최를 요청하면서 인식 개선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후 매년 3월 26일이 퍼플 데이(뇌전증 장애 인식 개선의 날)로 지정되었습니다. 보라색을 뇌전증의 상징 색으로 채택한 이유는, 신경의 흥분을 진정시키는 라벤더의 색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는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운동이 필요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오히려 더 늦게 인식 개선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발작 유형과 뇌신경 흥분의 실제 메커니즘

뇌전증 발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뇌의 일부에서만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하는 부분 발작(초점 발작)과, 뇌 전체에서 흥분이 동시에 발생하는 전신 발작입니다.

여기서 부분 발작이란, 특정 뇌 영역의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흥분하면서 그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가 흥분하면 한쪽 팔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흥분하면 신체 증상 없이 멍해지거나 그 순간의 기억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식을 잃고 온몸이 경련하는 장면은 전신 발작에 해당합니다.

전신 발작이란 뇌 전체에서 과도한 신경 흥분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태로, 1~3분간 전신 경련이 지속된 뒤 의식이 혼탁해지는 발작 후 상태(포스트이탈 상태)가 따라옵니다. 여기서 포스트이탈 상태란 발작이 끝난 직후 뇌가 극도의 흥분 뒤 회복 과정에 들어가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이 저하되고 멍해지는 시간을 말합니다.

뇌전증 발작이 반드시 뇌전증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저혈당이나 고혈당, 저나트륨혈증처럼 체내 전해질 불균형이 심할 때도 발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나트륨혈증이란 혈액 내 나트륨 수치가 정상 범위(135~145 mEq/L)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인이 명확한 경우는 뇌전증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뇌전증은 뚜렷한 유발 원인 없이 발작이 두 차례 이상 반복될 때 진단합니다.

뇌전증 발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주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면 부족 및 만성 피로 누적
  • 과도한 음주 또는 특정 약물 복용
  • 강한 빛 자극, 심한 스트레스
  • 불규칙한 항뇨전증 약물 복용

친구도 이 목록 그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술자리를 피하고, 밤을 새우지 않으려 애쓰고, 여행 하나를 계획하는 것도 발작 위험을 머릿속에서 먼저 계산해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본 경험상, 이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뇌전증 환자의 실제 일상 관리와 우리의 시선

일반적으로 "약만 먹으면 괜찮은 병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항경련제(뇌전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총칭으로,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예방하는 약입니다)를 복용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발작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뇌전증 환자 중 약 70%는 항경련제 복용만으로 발작이 완전히 억제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교사, 의사, 변호사, 경찰 등 다양한 직종에서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환자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약이 발작을 막아준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가 가장 힘들다고 했던 부분은 발작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일상 전체를 조금씩 갉아먹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수면 리듬이 흐트러질까 봐 며칠 전부터 긴장했고, 혼자 있는 상황을 되도록 피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부담을 고려하면, 뇌전증 치료에서 약물 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환자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입니다. 질환 자체의 경중보다도, 그 질환을 바라보는 주변의 편견이 환자의 삶의 질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친구 옆에서 느낀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뇌전증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발작을 목격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해주는 기본 응급 대응법을 아는 것, "귀신 들린 병"이나 "정신 질환"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주변에 바로잡아주는 것, 그리고 당사자가 스스로 병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뇌전증은 숨겨야 할 병이 아닙니다. 적절히 관리하면서, 남들과 다를 것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그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수록, 뇌전증 환자들이 불필요한 심리적 짐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뇌전증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신뢰할 수 있는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나 치료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NesvE14CK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