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교통 시비 정도로 넘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말을 읽는 순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에서 자전거 사고를 당한 외국인 산모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경찰차에 막혀 10~15초를 지체했고, 병원 도착 직후 산모는 심정지가 왔습니다. 산모와 태아 모두 사망했습니다. 저는 응급 현장에서 1분이 어떤 의미인지 몸으로 아는 사람으로서, 이 소식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골든타임, 일반인이 모르는 그 무게
일반적으로 10초나 15초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릅니다. 응급 현장에서 골든타임(Golden Time)이란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 골든타임이란 심정지나 중증 외상 발생 후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결정적 시간 구간을 의미하며, 통상 심정지의 경우 4분, 중증 외상은 1시간 이내를 기준으로 봅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느낀 건, 이 구간 안에서는 단 10초도 결코 짧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심정지 이후 매 1분이 경과할수록 뇌 손상 가능성이 약 10%씩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으며(출처: 대한심폐소생술협회), 이 수치는 통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제가 직접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산모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왔다는 구급대원의 진술을 보면, 이송 도중 이미 생체 신호가 임계점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산모의 경우는 더 각별합니다. 임신 중 신체는 혈액량이 약 40~50% 증가하고, 심박출량도 늘어나는 등 생리적 부하가 극대화된 상태입니다. 여기서 혈액량 증가란 심장이 두 사람분의 혈액을 순환시켜야 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외상이나 출혈에 대한 예비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게 소진됩니다. 저는 임신 중 응급 환자를 이송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긴장감은 일반 성인 환자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산모 한 명 안에 두 생명이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응급처치보다 먼저 필요한 것, 길을 열어주는 일
이번 사건에서 경찰 측은 "순찰차가 뒤에서 접근하는 구급차를 인지하기에 2~3초밖에 시간이 없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구급차 운전자의 증언은 다릅니다. 사이렌을 최대한 켜고 원내 방송으로 "응급 환자 이송 중, 양보해 주십시오"라고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주변의 버스와 일반 차량들은 이미 비켜주고 있었고, 경찰차만 수초 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찰차는 긴급 차량의 통행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도록 훈련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해당 경찰관 개인의 실수로 묻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긴급 차량 우선 통행 의무는 도로교통법 제29조에 명시되어 있으며,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 자동차에 대해 모든 차량은 즉시 진로를 양보해야 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경찰차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직업군으로서 구급대원이 얼마나 애가 탔을지, 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최선의 응급처치(Emergency Medical Care)를 준비해도, 도로 위에서 길이 막히는 순간 그 모든 준비는 무력해집니다. 여기서 응급처치란 의료 기관 도착 전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거나 악화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의료 행위를 뜻하며, 이는 병원 안이 아니라 이송 중 구급차 안에서도 진행됩니다. 길이 열려야 처치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응급 이송 중 주의해야 할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산모는 일반 성인보다 생리적 예비력이 빠르게 소진되므로 이송 지연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구급차 운행 중 주변 차량의 즉각적인 양보는 도로교통법상 의무입니다.
- 경찰차 등 공공기관 차량도 긴급 차량 우선 통행 원칙의 예외가 아닙니다.
- 블랙박스 오디오 미녹음 등 증거 공백이 생길 경우 사실 확인에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경각심, 이번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됩니다
경찰이 뒤늦게 입장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쪽이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산모는 자신도 의도치 않게 사고를 당했고, 119 구급대원에 의지해 병원으로 향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길목에서 나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차가 막혀 있었다는 사실은, 어떤 해명으로도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후 해명보다 사전 훈련이 필요합니다. 응급 이송 차량에 대한 대응 프로토콜(Protocol), 즉 경찰관이 긴급 차량을 인지했을 때 즉각 취해야 할 행동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이 사건이 개인의 실수로 묻히지 않고,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산모가 태아의 안전을 위해 온 몸으로 버텼던 그 시간이, 적어도 헛되지 않도록.
이 글은 응급의료 현장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